위풍댕냥한 바람
펫팸족과 펫코노미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인구가 지난 10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펫팸족(Pet-Fam)의 마음을 사로잡은 산업과 서비스를 살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20년 27.7%로 빠르게 증가했다. 업계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 30%인 약 1,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렇게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은 존재로 여기며 자녀를 양육에 준하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펫팸족 또한 늘고 있다. 아이를 갖지 않는 대신 반려동물을 기르며 사는 맞벌이 부부 ‘딩펫족’과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등 여러 사회적 요인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펫팸족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 및 업체가 주변에 충분한 지역 ‘펫세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KB부동산 단지 정보 페이지 내 펫세권 입지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는 카페, 음식점, 동물병원, 반려동물 미용실, 호텔 등 업체 정보를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기준 1㎞ 이내 거리순으로 보여준다. 현재는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 제공 중이지만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더욱 많은 지역을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펫팸족이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 관련 시장, 이른바 펫코노미 시장도 급격히 성장해 약 4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4조 원 규모의 육아용품 시장보다 큰 규모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매년 10%가 성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해 여름 정부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2027년까지 국내 시장 규모를 6조 원까지 키우며,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의 기업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반려견, 반려묘를 위해 소비하는 영역도 다양화되고 있다. 기존 식품, 의류, 장난감 등 관련 용품을 넘어 최근에는 가구, 교육, 호텔, 비행, 보험, 원격진료 등 소비가 점차 전문적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펫과 럭셔리를 합성한 신조어 펫셔리가 등장할 만큼 높은 양질의 반려동물 용품,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높다. 반려동물을 위한 지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 가구의 반려동물 월평 양육비는 2018년 12만 3,000원에서, 2023년 15만 4,000원으로 증가했다.

펫코노미의 성장은 우리 주위 여러 상품, 서비스에서 느낄 수 있다. 먼저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의 증가로 항공업체의 맞춤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4월 5일과 8일 국제 강아지의 날을 기념해 김포~제주 노선의 ‘반려견 전세기’를 띄웠다. 보호자 2명 기준 반려견 1마리가 탑승할 수 있는 상품으로 다양한 반려동물용품을 증정하는 것은 물론 기내에는 수의사도 동승해 안전에도 만전을 기했다. 펫팸족을 위한 세심한 구성의 상품은 판매 시작과 함께 전석이 매진되며 5일 기준 승객 114명과 반려견 57마리가 제주로 향했다.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외 다양한 항공사가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이해 코리안독스와 함께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진행한다. (출처: 이스타항공)

이중 이스타항공은 관련 상품을 넘어 올해 12월 31일까지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매주 한 마리의 소개한 뒤 입양이 확정되면 국내선 펫 무제한 항공권과 펫 여권을 지원한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반려인을 위한 공항 서비스를 지난 3월부터 시작했다. 반려견을 두고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을 위한 반려견 호텔링 위탁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제1여객터미널 1층 서편 14번 게이트 근처 카운터에 반려견을 맡기면 인천 영종도 내 프리미엄 반려견 호텔 ‘독독’에서 케어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터미널 내 제1교통 센터 지하 1층에는 반려견과 출국하는 승객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펫가든을 마련했으며, 가을에는 반려견 라운지를 추가로 개장할 예정이다.

삼성 iD PET 카드 (출처: 삼성카드 홈페이지)

펫금융 상품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보험, 신탁 등 다양한 상품에 펫 서비스, 혜택 등이 더해진 형태다.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쇼핑몰 이용 시 30% 할인 혜택을 전월 이용 금액에 따라 월 최대 5만 원까지 제공하는 삼성카드의 ‘삼성 iD PET 카드’를 필두로 다양한 신용카드사의 펫카드가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이달 초에는 KB손보와 KB국민카드가 협업해 펫 보험료 20% 할인 혜택이 있는 ‘마이펫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댕댕냥이’의 지난해 발급량은 2022년 대비 약 160% 증가했다. 반려동물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펫보험의 성장세 또한 눈부시다. 2017년까지 펫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단 3곳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메리츠, DB, 삼성 등 10곳으로 늘어났다. 계약 건수 역시 2018년 7,005건에서 지난해 10만 9,088건으로 5년 만에 약 16배 증가했다. 보험 서비스 또한 고도화되고 있는데 메리츠화재는 전국 400여 개 동물병원과 제휴하고 보험금 자동 청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반려 인구의 편의성을 높여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반려인이 사망, 질환 등을 이유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 반려동물을 돌봐 줄 새 반려인에게 자금을 전달하는 신탁 계약 상품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펫팸족을 넘어, 반려동물과 자신처럼 사랑하고 돌보는 펫미족(Petme),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온라인상 영상, 이미지를 보며 펫 문화를 즐기는 랜선 집사 뷰니멀족(Viewnimal)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 사회적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지금, 사람과 동물 모두 행복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는 건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아주 가까운 미래의 반려동물 시장,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일 테니 말이다.

 편집실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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