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육아, 살림까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집으로 퇴근해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해야 하는 워킹맘, 워킹대디의 하루는 숨 가쁘기만 하다. 그들은 어떻게 워라밸을 유지하고 있을까?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글로비스 사내 부부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워라밸의 지혜를 얻어보자.
치열한, 그래서 소중한 부모 되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외동딸 라임이를 둔 사내 부부 김수현ㆍ이예지 책임매니저. 임신과 출산, 영유아기 자녀를 돌보던 지난 시간은 그야말로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개구쟁이에 애교가 많은 라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 지금도 다를 바 없지만 아주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출산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휴직했는데, 휴직한 바로 다음 날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해서 여유를 부리기는커녕 한 달 내내 아무것도 못 하고 벌벌 떨었답니다. 결국 예정일에 유도분만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
김수현 책임매니저는 출산 당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침 일찍 산부인과에 도착해 유도분만을 위해 여러 종류의 주사를 맞고 있는 아내 옆에서 같이 잠이 들었다나. 아내가 분만실에 들어갈 때 일어났던 때를 생각하면 철이 없는 남편이었다 싶다.
라임이가 태어나고 이예지 책임매니저는 출산 휴가 3개월과 육아 휴직 9개월 총 1년을 휴직했다. 육아기 단축근로 제도는 부부 모두 이용해 본 적은 없다. 새로운 복지 제도들이 최근에 생기면서 이용할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무엇보다 시어머니가 평일에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해주시고 계셔서 부부는 회사에 출근하면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예지 책임매니저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든든한 조력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김수현 책임매니저는 아내에게 공을 돌린다. 아내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에 그동안 가족들이 잘 지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 두어 병을 마시고 저녁에 늦게 귀가했는데 라임이가 잠을 안자고 아빠를 기다렸다가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읽어 주고 잘 때 워킹대디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 김수현 책임매니저
나의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오전 5시 15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8시까지 회사에 와서 오후 5시까지 정상적인 근무를 합니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면 집에 가서 씻고 잠자기에 바쁜 편입니다. 주말에는 가급적 외출을 지향하고 있는데, 주말 중 하루는 집 밖에서 활동하려고 계획하고, 주로 가까운 쇼핑몰이나 청라호수공원 등에 나들이를 자주 가는 편입니다.
평일에는 오전 6시쯤 집에서 나오고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거의 저녁 8시 전후예요. 저녁 먹고, 아이랑 조금 놀아주고 나면 바로 씻고, 책을 읽어준 다음 잠잘 준비를 합니다. 주말에는 늦잠도 자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가족끼리 나가서 놀고, 외식하고, 평범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일과 육아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요? 그 이유는요?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면 안 되는 워라밸 라이프
“아무래도 아기가 어릴 때 힘들었죠. 그 당시 8시 출근, 6시 퇴근이었는데요. 아기가 자주 아프고 밤에 여러 번 깨기도 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출근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라임이가 5살 정도 되니까 한결 나아졌죠. 이건 시간이 해결해 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예지 책임매니저는 아이가 어릴 때 여가 시간을 갖고 워라밸 라이프를 실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최대한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려고 노력해 왔다. 아이가 훌쩍 자란 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시간이 나면 가족 여행을 자주 다니려고 노력하면서 워라밸 라이프를 이뤄가고 있다. 또한 딸이라서 그런지 엄마와 하고 싶어하는 게 많아서, 남편이 집안일 특히 요리를 담당하며 그 소중한 시간을 확보해 주고 있다. 김수현 책임매니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한 후 생활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학교 알리미를 정독하고 회신해야 하고, 라임이를 돌보는 어머니를 위해서 방과 후 수업, 학원 등의 하교 시간을 잘 챙겨야 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라 까아분다(분식집), 빵꾸똥꾸(문방구)에 눈길이 가지 않도록 잘 이끌어야 합니다. 유치원 다닐 때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사실 이예지 책임매니저님이 저보다 많은 시간을 육아에 할애하고 있어서 저는 조금 더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회사에서 볼링, 마라톤 등 동글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약속이 없는 날에는 가볍게 러닝을 하며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이가 밝고 예쁘게 잘 커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엄마 이예지 책임매니저. 아빠가 처음이라 무얼 잘하고 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아빠 김수현 책임매니저.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마음은 같다. 회사에서는 제 몫을 충실히 해내는 떳떳한 직원이 되고 싶다. 그 두 가지 길을 반듯하게 닦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고, 아직도 끝은 한참 남았지만, 워킹 부부는 씩씩하기만 하다. 이제껏 그래왔듯 매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 리프레쉬 휴가나 연차를 사용해서 가족여행을 자주 갈 거예요.
빨리 2025년이 되어서 라임이 방학 때 가족 모두 워케이션 가고 싶습니다!”
– 이예지 책임매니저
일과 삶이 균형을 위해 필요한 것을 순서대로 정리해 본다면요?
일과 삶은 언제나 불균형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52시간 근무제도에서 급여가 오를수록 삶의 균형을 찾을 기회가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경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돈처럼 효율성 있는 대체제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생긴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내가 혹은 우리 가족이 꿈꾸는 워라벨 라이프는 어떤 것인가요?
“제가 살림에 서툰 워킹맘이라 드릴 만한 꿀팁이 적어요. 그냥 많이 내려놓으세요. 아이에게 유기농 음식을 안 먹이면 어떻습니까! 청소 좀 자주 안 하면 어떻습니까! 욕심나고 조급해지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실 거예요. 그리고 생각보다 아이가 엄청 빨리 자라요. 아이의 예쁜 모습을 눈에도 담고, 사진과 영상으로도 많이 남겨두세요. 물론 듬뿍듬뿍 사랑해 주시길.”
“우리 회사는 업무와 관련한 재택근무만 허용하고 있는데요. 근무 시간 한도 내에서 자율근무제도 2.0을 이용해서 출근 시간을 조정하면 여러 가지 사안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가 아침에 갑자기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과감하게 연차를 쓰세요. 눈치 안 봐도 되고,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글 편집실
202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