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달라도
함께할 수 있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찾아낸 다름의 포용
걸리버는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다르기에 생길 수 있는 문제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해결해야 하는지’를 걸리버의 교훈을 통해 알아보자.
소인국 릴리풋에서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다
“우리에겐 계란을 깰 때, 둥근쪽을 깨는 것이 오랜 옛날부터 계승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현 국왕폐하의 조부께서 어린 시절에 계란을 먹으려고 이렇게 깨다가 손가락을 다친 사건 이 발생했지요. 그러자 당시의 국왕폐하께서 새로운 법을 만 들어 계란을 깰 때 뾰족한 쪽을 깨도록 명하시고, 이를 어기 는 자가 있다면 엄벌에 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의 역사 서를 보면, 백성들은 이에 몹시 분노해 6차례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런 일은 특히, 기업에서 종종 나타난다. 자기 생각을 고집스럽게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일이 원칙이라는 이유로 행해지기도 하고, 생각이 다르면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유형의 조직은 ‘조직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방향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철학자 니체는 “객관적인 사실은 존재하지 않고 주관적인 해석만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사람의 뇌는 완벽하게 이성적이지 않아 동일한 사건을 보고도 과거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래서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판단이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려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다름을 인정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협력과 상생의 기업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거인국 브롭딩낵에서 차이가 가져온 편견을 발견하다
왕비는 나와 함께 있기를 좋아하여 내가 없으면 아예 식사를 거를 정도였다. 그런데 왕비의 난쟁이는 나를 화나게 하고 굴욕감이 들게 만들었다. 거인국에서 가장 키가 작은 그 녀석은 자신보다 키가 훨씬 더 작은 나를 보고 아주 거만해졌다. 녀석은 늘 내 작은 키에 대해 한두 마디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크림이 든 커다란 은그릇 속에 나를 떨어뜨리고 도망쳐버렸다. 만약 그때 내가 수영을 잘하지 못했더라면 아주 위험할 뻔했다.
이렇게 차이를 잘못 이해하면 차별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타인의 역량을 질투하거나 폄훼해선 안 된다. 그로 인해 생긴 편견은 상대의 장점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그 다름을 차별하는 요소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차이를 인정 하고 받아들이면 무한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도 7가지 각기 다른 색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같은 색끼리만 모여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며, 한 가지 색이 강조돼도 조화로운 무지개를 볼 수 없다. 또 영화 <어벤져스>에는 각기 다른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각자의 능력과 성격 차이로 그들 간의 싸움도 자주 일어나지만, 그들이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협력할 때는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며 악당을 물리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능력을 인정하고 협력할 때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그것만 가지려 노력하거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그 역량이 있는 사람만 칭찬하거나, 관리능력이 중요하다고 그 능력이 없는 이들을 얕봐선 안 된다. 기업은 여러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기에 다채로운 역량을 가진 이들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생각과 각자의 능력을 모두 포용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하늘섬 라퓨타에서 다름의 포용이 왜 중요한지를 알다
그들은 머리가 모두 오른쪽 아니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한쪽 눈은 안쪽으로, 다른쪽 눈은 하늘 위쪽으로 쏠려 있었다. 왕과 신하들은 수학과 음악 외의 다른 어떤 지식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집들은 아주 이상하게 지어져 있었고 대부분 수리가 안 돼 낡은 상태였다. 거리의 행인들은 빨리 걸어다녔고 난폭한 표정이었다. 사실 40년 전 이곳 지상에 사는 몇몇 사람이 라퓨타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5개월 동안 머물면서 수학에 조금 지식을 얻어 몹시 들뜬 기분으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지상 나라의 모든 일의 진행방식을 바꿨다.
걸리버는 라퓨타의 왕과 신하들을 보며 백성들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주의에 환멸을 느낀다. 지상의 나라에서도 역시 라퓨타를 일방적으로 모방하려는 비현실적 계획 때문에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며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알게 된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문제지만, 역량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요구하는 일이라고 검토해보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것 역시 좋지 않다. 새로운 사업을 할 때도 이는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 이에 낯선 이슈가 있다면 공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배려가 필요하고, 받아들이는 사람 스스로도 수용을 위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서로 편견에 사로잡혀 고집을 부리거나 판단을 미뤄버리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 쉬우니 말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다름과 차이를 만난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그 가치는 전혀 없을 수도 집단지성 같은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포용의 필요를 아는 것이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필요하다.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