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담대한 도전

재계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요즘 마음이 참 무겁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의 활력 있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통화 긴축으로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안으로도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수요 둔화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6% 줄어든 549억 3200만 달러로 석 달 연속 뒷걸음 쳤다.

하지만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경제 분위기가 무겁다보니 주목을 덜 받을 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들이 많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은 여러 해를 앞서서 내다보고 담대하게 투자하는 한국 기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해외 기업들이 주주가치 극대화에만 신경 써 단기적인 수익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실제 담대한 도전으로 과거의 한계와 편견을 깨부수고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 가는 기업을 바라보면 희망이 샘솟는다.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이 대표적이다. 수소는 우주에 존재하는 분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무한한 물질이다.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순수한 물만을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로써 손색이 없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오는 2050년경 전 세계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18%가 수소에너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건축물의 냉난방·산업시설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뿐만 아니라 도로 위의 많은 자동차가 수소로 움직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당장 상용화하기 어렵고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동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 시장을 소극적으로 대한 이유다. 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과 달리 수소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해왔다.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를 출시했다. 2018년엔 2세대 수소 전기차 ‘넥쏘’를 출시해 호평을 받았다.

현대차그룹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소차에 대한 ‘뚝심’있는 연구개발과 투자는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넥쏘 내수 판매 1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수소 연료 전지 사업에서도 대규모 해외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냈다. 최근 유럽 친환경 트럭 제조사인 엔지니어스에 1100기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공급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은 글로벌 누적 판매량 3만대를 돌파하며 기술력이 검증된 넥쏘의 90㎾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동일한 제품이다. 현대차그룹이 타사의 대규모 양산 프로젝트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는 첫 사례이자 유럽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수출한 지 3년여 만에 거둔성과다.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수소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밀어붙인 현대차그룹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수소 전기트럭 엑시언트

아직 수출 물량은 작지만 수소 전기트럭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수소전기트럭 양산 모델인 ‘엑시언트’가 최근 중동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스라엘 판매 대리점인 ‘콜모빌’, 수소 생산업체 ‘바잔’, 수소충전소 운영업체 ‘소놀(Sonol)’에 엑시언트 수소 전기트럭을 1대씩 공급하기로 했다. 엑시언트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상한 대형 수소 전기트럭이다. 현재 한국, 스위스, 독일, 뉴질랜드에서 운행되고 있다. 특히 스위스에 도입된 47대의 경우 2020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누적 주행거리 500만km를 달성하며 신뢰성과 친환경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이스라엘 진출을 계기로 현대차는 중동지역에서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는 미래항공모빌리티(AMM) 사업도 주목된다. AAM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간항공모빌리티(RAM)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자율주행, 로보틱스와 함께 현대차그룹을 ‘바퀴 달린’ 자동차회사에서 ‘자유로운 이동‘에 방점을 맞춘 미래 모빌티리 기업으로 변모시킬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슈퍼널의 내장 콘셉모델

현대차그룹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AAM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미국의 항공독립 법인인 슈퍼널이 MS사의 고성능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비행, 3D 비행 시뮬레이션, 버추얼 제조·서비스 등 첨단 미래항공 솔루션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슈퍼널과 MS사 간의 협력은 혁신적인 미래항공 모빌리티 구현에 필수 요소인 클라우드 융합 솔루션과 디지털 운영체계 등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추진된다. 슈퍼널은 오는 2028년 미국에서 AAM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2030년 이후엔 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RAM) 기체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인 롤스로이스, 버티포트 스타트업인 어반에어포트, 항공기 배터리 제조사 EPS, 프랑스 항공 엔진 기업 사프란, 인도네시아 신수도청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1월엔 인도네시시아 신수도청과 ‘미래항공모빌리티(AMM)’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올해 3월 신설된 신수도청은 인도네시아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는 현재 추진하는 수도 이전에 발맞춰 신수도의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AAM을 선제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신수도 내 AAM 적용 계획을 수립하고 지상·항공 통합 모빌리티 개념을 검증한다. 아울러 AAM을 시험비행하는 등 AAM 생태계를 운영하는 실증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미래모빌리티 비전

인도네시아는 국토가 1만 8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져 육로 교통이 발달하기 힘들다. 그런 만큼 새 수도에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준 높은 항공 인프라 및 기술 역량을 활용해 AAM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AM을 통해 현지 섬 거주민들의 이동 편의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향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지역은 물론 글로벌 AAM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는 건 위기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트기 직전 어둠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지금 당장 어렵고 힘들더라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기업들은 해가 뜰 때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재계 출입기자로서도 반성한다. 우울한 경제 분위기에 젖어 활력 있는 뉴스가 없다고 핑계될 것이 아니라 지금도 불철주야 뛰고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더 찾고 독자들에게 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서울경제 산업부 서민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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