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충전 요금은 3만원에 2000만원대 주행감 괜찮은 출퇴근용 전기차가 나온다면 정말 중국산이라고 사람들이 안 살까요?”
최근 자동차 기자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는 단연 중국산 전기차다. 작년 ‘중국산 테슬라’ 광풍이 불었던 것에 이어 올해엔 BYD 승용 전기차의 한국 출시까지 앞두면서다. 여기에 최근 샤오미가 내놓은 4000만원대 ‘짝퉁 타이칸’ SU7까지 등장했다.
내수 시장에서만 존재감을 보여온 중국산 전기차가 국경을 넘기 시작하면서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만든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산 車…품질 문제 옛말 되나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에 출시된 5000만원대 중국 상하이 공장 제조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후륜구동(RWD) 모델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사라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테슬라 전기차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판매된 사례인데, 오히려 미국산 테슬라 모델Y보다 품질이 좋다는 전문가들 의견까지 나온 것이다.
인기는 수치로 뒷받침된다. 한국수입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판매한 테슬라 모델Y는 2만대에 육박한다.
지난해 5월 이전 판매량에 미국산 모델Y가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놀라운 판매량이다. 모델Y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모델Y는 올해 1분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로도 꼽힌다.
올해 환경부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원 원칙을 변경해 재활용도가 떨어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코리아 모델Y의 정부 보조금이 크게 줄었지만 이에 대응해 회사가 판매 가격을 낮추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코리아는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모델3 하이랜드까지 내놓으면서 침체한 수입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혹한기가 불어닥치면서 테슬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선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심 바통’을 이어가는 건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지난 4분기 단일 판매량으로 테슬라를 꺾은 BYD가 드디어 한국 시장에 승용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BYD코리아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해 전기 지게차나 전기 트럭과 같은 상용차만을 판매해왔다. 올해엔 본격 대중 고객을 상대로 승용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국내에 전기 중형급 세단과 SUV를 포함해 최소 3종 이상의 승용차를 출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상용차와 달리 대중 소비자 대상의 승용차는 판매량이 수만 대(수입차 기준)에 이르는 큰 시장이라 의미가 크다.
현재 BYD코리아는 수입차 업계 영업·마케팅·법무 등 관련 전문 인력들을 대거 채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명이 한국 지사를 만들어 유통 기업을 거쳐 전기 트럭을 판매했던 과거와 달리 승용차를 판매하기 위해선 수백명 수준의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엔 BYD가 작정하고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만약 BYD가 보조금을 포함해 2000만원대 합리적인 전기차를 선보였을 때 과연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라면서 “미국 기업이 만든 중국산 테슬라와 달리 중국 기업이 만든 중국 제조 전기차는 차원이 좀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여기에 샤오미가 선보인 전기차의 국내 진출에 대한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샤오미 전기차 직구에 대한 관심까지 생길 정도다. 당장 샤오미 전기차까지 한국에 공식적으로 들어올지는 미지수지만, 그만큼 한국 소비자 사이에서도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4000만원대 타이칸’이라면 한번 고민해볼 만하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 기업이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높다. 현대차·기아라는 자국 브랜드가 국내 점유율을 70% 이상 가져가는 한국 자동차 시장을 돌파해야 하는 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고정관념과 심리적 장벽까지 무너뜨려야 한다는 점이다.
◇전기차 대륙 굴기…韓 당해낼 수 있을까
사실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진출을 가장 예의주시하는 것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와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대중 브랜드로선 당장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작년 모델Y가 출시했을 당시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며 국내 전기차 보조금을 휩쓸어간 전례에서 ‘가성비’ 높은 외산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는 BYD의 승용 모델이 한국 시장에 출시됐을 때의 여파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 전기차 시장 침체기에 중국산 전기차까지 밀려들며 국내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중저가형 전기차를 앞다퉈 선보이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격을 낮추고 스펙을 높이는 등 상품성 확보에 노력하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최근 주행거리를 늘렸음에도 가격을 동결한 아이오닉5 전기차를 출시했다.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서도 출고 가격을 유지해 사실상 ‘가격 인하’라는 의견도 있다. 전기차 성장 둔화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경차인 캐스퍼 일렉트릭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기아는 EV3 등 보급형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는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대중화 6종을 투입하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KG모빌리티도 첫 전기차 토레스 EVX도 ‘가성비 전기차’로 꼽히는 인기 차다. 이밖에 볼보코리아 등 수입차 업계에서도 가격대를 낮춘 전기차를 앞다퉈 선보이며 시장 침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많은 완성차 제조사가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앞으로 다가올 ‘중국산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대비하고 있지만 경쟁이 본격화되면 출혈 경쟁 등 격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버스, 트럭 등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이미 중국 전기차의 한국 내 점유율은 50%를 넘겼다. 성능 차별화는 크지 않은 대신 전기버스 1대당 중국 버스가 국산 대비 30% 가까이 저렴한 결과다.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보여준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령이 승용차 시장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에 많은 이가 우려하는 이유다. 2000만원대(보조금 포함) 중국산 전기차가 등장했을 때 과연 기존 완성차 업계가 이를 감당할수 있냐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기업이 미국을 제외한 유럽, 중동, 동남아를 장악한 데 이어 한국시장까지 노리고 있다”라면서 “현대차, 기아를 비롯한 국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상당히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 매일경제 산업부 박소라 기자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