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웹3.0

현대 디지털 분야는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인간이 디지털 장치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의 변화를 기준으로 두면 역사적으로 세 단계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984년 애플(Apple)의 첫 개인용 컴퓨터(PC) 매킨토시(Macintosh)의 출시와 함께 대중화된 그래픽 인터페이스 혁신, 두 번째는 1990년대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으로 전 세계를 연결한 네트워크 혁신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2007년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모바일 기반의 사용자 혁신이다. 기술이 인간에게 제공한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또 다른 구분법이 존재한다. 최근 디지털 업계를 중심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웹 1.0, 2.0, 3.0으로 구분하는 방법이다.

소비와 생산을 함께 하는 웹 2.0 시대

먼저 웹 1.0 시대는 1980년대 PC의 탄생과 1990년대 인터넷 탄생 시기를 묶어 부르며, 웹이라는 가상공간을 인류가 처음으로 활용하게 된 시기를 일컫는다. 웹 1.0 시대에 기업들은 웹 사이트를 구축하여 정보를 제공했고, 이용자들은 제공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만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 이용자들은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갔다. 그리고 2007년 스마트폰이 탄생하면서 정보의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이 시기를 바로 웹 2.0 시대의 시작으로 본다.

웹 2.0 시대에는 개인을 중심으로 데이터가 생산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대형 플랫폼들은 콘텐츠 유통과 이용자 네트워킹의 매개 역할로 영향력을 키우게 되었다. 웹 2.0 시대의 대표적인 플랫폼 형태가 바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업체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생산한 콘텐츠를 유통하고, 연결해 주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우리는 웹 2.0 시대를 대표하는 ‘황금 삼각형’으로 모바일, 소셜, 데이터를 꼽는다. 개인들이 모바일을 통해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고, SNS가 이를 매개해 주는 구조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웹 3.0 시대

웹 3.0 시대는 탈중앙화, 개인화, 지능화로 표현되는 시대이다. 웹 3.0 시대의 대표적인 기술은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이 기술은 간단히 말해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한 다음, 수많은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다. 즉, 블록체인에서는 정보 거래 주체의 거래 정보가 담긴 원장(블록)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나누어 가진다. 이러한 분산형 데이터 저장은 중앙화된 조직 구조와 소통 구조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 현대의 조직 구조와 정보 처리 방식은 대부분 중앙 집중화된 구조를 띤다. 중앙은행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국가 화폐 시스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플랫폼 기업의 권한이 막강한 데이터 유통구조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웹 3.0 시대에는 중앙 권한 조직이나 대형 플랫폼의 역할이 줄어들고 개별 주체 혹은 다수의 공유 그룹이 데이터를 보유하며 부가가치를 나눠 가지는 탈중앙화의 구현이 가능하다. 소수의 플랫폼이 데이터를 독점하여 그 영향력을 과대 활용하는 경우를 막고, 정보의 생산자인 개인들이 그 혜택을 직접 받아 간다. 최근 펼쳐지고 있는 거대한 변화로서 탈중앙화 금융(DeFi),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 개인 간 거래를 활성화하는 디지털 자산 등이 모두 웹3.0의 산물이다. 이를 통해 정보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다(多)방향으로 흐르고 활용되는 효과도 얻는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2021년 뉴욕에서는 택시 운전자 2500여 명이 운전자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우버와 리프트가 고용보험이나 최저임금 등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운전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동조합을 통해 운전자들은 서로 운전 데이터, 교통 상황 데이터를 주고받고, 중요한 논의에는 공동의 방식으로 의사 결정하였다. 의사 결정 과정이 다소 비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 공동의 가치를 나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이점이 있다.

애플의 헬스 키트(Health Kit)이라는 앱은 환자들이 앓는 병에 대한 구체적인 증상, 상태, 대응 정보를 플랫폼을 통해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약 제조사들이 제약 개선에 활용하도록 제공한다. 그 대가로 환자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약을 제공한다. 또한 환자들은 직접 제공한 데이터들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나에게 최적화되고 맞춤화된 진료 정보 및 각종 건강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데이터 제공자인 개인, 데이터 활용자인 제약사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구조이다.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공유하는 애플의 헬스킷[이미지: 애플 홈페이지]

대만에는 집집마다 ‘에어박스(AirBox)’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다. 에어 박스는 대만의 한 국립대학에서 개발한 실내공기 유해 성분 감지 시스템이다. 시민들이 에어박스를 각자 집에 설치하면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대학 연구소로 공유된다. 공유된 데이터는 연구 개발, 성능 개선 등에 활용되고, 참여한 시민들은 다른 형태의 보상을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데이터 협동모델(Data Cooperative Model)’이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데이터를 기업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개인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데이터를 보유하고, 기업들이 협동조합과의 관계를 통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개념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데이터 최초 생산자인 개인들에게 그 대가를 지불한다. 정보의 생산자인 개인의 권한이 강화되는 구조이다.

웹3.0 시대로의 완전한 전환은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사회 제도적, 비즈니스적 문제가 많다. 그리고 실제로 웹3.0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지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의 권한과 혜택을 데이터의 생산자에게 돌려준다는 점, 소수의 데이터 독과점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웹3.0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웹3.0 시대가 열어갈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상윤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연구교수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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